F.A.

3 Dots

▪ 2016년 시작된 일본 NHK의 <18FES>는 일본 최고의 아티스트 한 팀과 1,000명의 청소년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특별 음악 프로그램으로, 평범한 10대들의 고민과 성장통 등을 담아낸다. 

▪ 일본 사이토시의 <18세의 도서관>은 “18세가 3년 후 다시 읽었으면 하는 책” 250권을 선정해 3년 간 대여해 주는 프로젝트로, 18세의 자신이 쓴 독후감을 20세 때 다시 읽으며 인생의 전환기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 

▪ 청년 세대를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금전적, 제도적 차원을 넘어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낭랑 18세>라는 노래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18세는 발랄한 첫사랑의 상징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발랄한 노랫말과 운율과는 다르게 80년대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90년대 <여고괴담>과 드라마 <나>, 2000년대 드라마 <학교> 시리즈 등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속 10대 후반의 이야기는 마냥 활기차기보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 갇힌 그들의 갈등과 고민에 더 집중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평범한 학생들의 모습도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1998년에 방영된 예능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속의 코너 “영 파워 가슴을 열어라”는 중고등학생들이 옥상에 올라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MBC <장학퀴즈>의 개별 학교 버전인 <도전! 골든벨> 역시 학교 강당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퀴즈를 풀고 장기자랑을 하거나 최후의 일인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2020년 <도전! 골든벨> 종영 이후 요즘의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평범한 학생들을 보기 더 힘들어졌다. 2010년대의 드라마 <드림하이>는 일반고가 아닌 슈퍼스타를 꿈꾸는 예고 학생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웠고 이후 <고등래퍼>, <고딩엄빠>와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한 10대나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하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 속 열여덟의 그들은 양극화된 우리 사회의 모습과 퍽이나 닮아 있었다. 

 

스타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특정 사회 문제로 묶이는 것도 아닌, 그저 묵묵하게 학교에 다니거나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열여덟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아직 미성년자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조금만 지나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단 숙제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이들의 그저 평범한 즐거움과 고민으로 채워가는 하루는 어떨까.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갑자기 한 사람이 변신하듯 바뀌는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다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듯 그 과도기는 한동안 대중의 관심 밖에 머물렀다. 그렇기에 더욱 혼란스럽고 아프고 빛나는 열여덟 청춘을 음악과 책이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응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코로나19 시즌에 비대면으로 진행된 <18FES>의 모습 ©18FES, NHK
쓰마고등학교에 마련된 18세의 도서관 전경 ©Saito-Hajimeru Project

<18FES>, 평범한 이들의 빛나는 하루

일본의 국영방송인 NHK 방송의 <18FES(18祭, じゅうはちフェス)>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일본NHK가 주최하는 특별 음악 이벤트이자 TV 프로그램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매년 일본의 최고 인기 절정 아티스트 한 팀과 사전 선발된 1,000명의 청소년이 함께 공연하는, 단 한 번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각지의 청소년들로부터 사전 응모를 받는다. 18세를 중심으로 한 세대가 주인공이 되는 만큼, 해당 연도의 행사일을 기점으로 만 17세~만 20세(2024년 행사는 2024년 11월 1일 시점에서 2003년 11월 2일~2007년 11월 1일 출생자)까지 응모가 가능하다. 해당 연도 기준으로 고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2학년 정도의 연령이다. 응모자는 각 30초가량의 메시지 영상과 퍼포먼스 영상 두 종류를 접수해야 한다. 그룹을 지어 함께 퍼포먼스 영상을 찍는 것은 가능하지만 메시지 영상은 따로 개인 촬영하여 각각 응모해야 한다. <18FES>의 참여 아티스트는 접수자들의 영상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신곡을 제작해 선발된 1,000명의 18세 세대들과 함께 일회성 퍼포먼스를 공연한다. 이 공연은 NHK 종합 채널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며 2024년에 8회가 개최되었다.

 

왜 18세였을까? 그리고 왜 이런 대규모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일까? 이 배경에는 선거권이 있다. 2016년 7월부터 일본의 투표 연령 기준이 “만 18세 이상”으로 내려갔다. 이 중대한 변화를 계기로 NHK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선 18세 세대에게 자신감을 주고 사회로 한 걸음 내디딜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18FES>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이미 선거권을 가진,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세대인 18세(17~20세)를 대상으로, 이들이 자신의 꿈, 고민, 희망, 불안 등 다양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했다고 한다. 2016년 첫 방송의 담당 프로듀서인 아리타 야스오(有田康雄)는 한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18세와 평생 잊지 못할 뜨거운 체험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적이 있다. 

 

첫 프로그램을 함께한 일본의 아티스트, 록밴드 ONE OK ROCK은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TV 출연이 매우 드문 팀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보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NHK에 출연을 결정해 큰 화제를 모았다. ONE OK ROCK 또한 멤버들이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을 때 밴드를 결성했다. 게다가 일본의 유명 엔카 가수 부부의 2세인 보컬 TAKA의 집안이나 미디어의 도움 없이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오롯이 공연을 통해 밴드의 체급을 꾸준히 키워나갔다. 이제는 명실공히 일본 탑 록밴드이자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이 밴드는 자신의 길을 고민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을 10대에게 카리스마적 존재이자 자신의 고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마땅한 적임자였을 것이다. 

 

실제로 응모자들은 ONE OK ROCK을 만나고 싶은 팬뿐 아니라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 졸업 등 인생의 전환점에서 뭔가 큰일을 이루고 싶어 하는 학생 등 무척 다양했다. 이들이 보내온 영상에는 단순히 꿈뿐 아니라 마음속에 담아뒀던 고민과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ONE OK ROCK 멤버들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의 메시지를 통해 만들어진 신곡 <We are>은 1,000여 명의 청소년들의 합창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1,000명의 18세 세대들이 노래가 거듭됨에 따라 힘 있게 외치거나 때로는 눈물을 닦으며 <WE ARE>을 합창하는 영상은 지금도 ONE OK ROCK의 라이브 영상 중 백미로 꼽히며 세계 각국 다양한 리액션 비디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영상이다. (2025년 4월 19일 기준 조회수 588만 회)

너의 마음을 들려줘

이러한 첫 FES 성공에 힘입어 두 번째 FES부터는 매해의 주제도 정해졌다. 참여자는 그해의 주제에 맞춘 영상을 송부해야 한다. 2024년에는 일본 레코드 대상 수상팀인 Mrs. GREEN APPLE(미세스 그린 애플)과 함께했다. 2024년 FES의 주제는 <속마음>. 메시지 영상은 지금 신청자가 친구, 부모, 연인, 어른,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꿈과 목표를 가졌는지, 가장 전달하고 싶은 자신의 속마음과 함께 <18FES>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 등을 전하는 영상으로 이뤄졌다. 퍼포먼스 영상은 책이나 시 낭송, 춤, 랩, 사진, 일러스트, 스포츠 등 자신을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문장과 같은 텍스트 작품의 경우에는 반드시 제작 과정도 동영상에 담아야 한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참여한 신청자들의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의 일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메시지와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1차 전형을 통과한 이들은 2차 전형으로 아티스트가 작곡한 신곡을 연습하는 동영상을 보내야 한다. 최종 합격자들은 본 방송을 위한 1개월의 연습 과정에서 서로를 처음 만난다. 혼자 참여한 사람도 많았지만 이곳에 모여 여러 친구를 만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 자신의 꿈, 조금은 힘들었던 자신의 처지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은 이러한 또래를 만나기 위한 응모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농밀한 3시간이다. 그 과정에서 연습 참가자들이 SNS에 남긴 생각들은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마저도 끌어들였다.

 

「내 마음을 받아주는 어른이 이 세상에 있구나. 좋은 어른도 있어!」

「중학교 때 왕따당하고 고등학교 때 엇나가고 전학 가거나……. 이야기를 듣다 다 같이 펑펑 울었어.」

「”참지 말고 울어도 돼”라고 말해 주어서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울었습니다. 」

「ONE OK ROCK을 만나고 싶어서 참가했는데 사실은 모두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인지도 몰라.」

 

본 행사 녹화가 끝난 후 SNS에 올린 이들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18FES의 모두는, 아무도 “진심”을 비웃지 않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과 대화를 한 것 같습니다.」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18FES는 정말로 밑바닥에서부터 구원해 준 큰 빛과 같았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낳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어요.」

 

신곡을 발표하는 아티스트와 협연자가 된, 일본 각지에서 모인 18세 세대들의 공연은 이후 NHK 종합 채널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다. 이 획기적인 프로그램은 단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소년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사회에 드러내고,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세대 공감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 그 결과 18세 세대뿐 아니라 부모 세대, 노년층에게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새로운 페스티벌의 탄생”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8FES>는 단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FES를 거쳐 간 이들 중 몇몇은 홈페이지에 「18FES 선배들의 뒷모습-저들도 모두 18세 세대였다」라는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다. <18FES>에 참여했던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어른으로 한 발 더 내디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 시절 <18FES>에 신청하던 때의 마음가짐과 참여 후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참여를 망설이는 후배들에게 고민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라고 슬쩍 등을 떠밀어 준다.

 

아울러 <18FES>의 녹화 자원봉사자들도 일반적인 공개 모집이 아닌 과거의 <18FES> 참여자를 중심으로 선발된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참가했던 경험을 토대로 긴장하고 있을 참여자들을 도우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더불어 기존 참여자끼리 새롭게 연결될 수도 있는 기회이니 세대 간 연결의 확장판과 같다. 2017년 <RADWIMPS 18FES> 참여자 중 한 사람은 블로그 서비스 note.com에 응모 준비 경험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에피소드와 이후 5년 뒤 2023년 <BUMP OF CHICKEN 18FES>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18세 세대들과 나눈 대화와 그들이 무대를 힘껏 즐기고 내려오기를 기원했던 마음을 긴 글로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1,000명의 18세 세대가 마음껏 무대를 즐기고 내려오기를 바라며 준비하고 지켜보는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의 마음 또한 그들에게 확실히 가닿을 것이다.

1,000명의 청소년과 함께 무대에 오른 Mrs. GREEN APPLE ©18FES 공식 X계정
<18FES> 홈페이지에 올라 온 참여 신청 영상들 ©18FES, NHK

당신의 3년 뒤를 기대합니다: 18세의 도서관

“18세의 도서관(18歳の図書館)”은 2024년 10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일본 남단에 위치한 미야자키현 사이토시(西都市) 유일의 고등학교인 미야자키현립 쓰마고등학교(宮崎県立妻高等学校)에서 열린 특별한 도서관 프로젝트다. 이 도서관은 <일본에서 가장 대출 기간이 긴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대출 기간이 무려 3년이기 때문이다. 사이토시는 미야자키현의 한가운데 위치한, 인구 약 28,000명 규모의 지역으로 “미야자키의 배꼽”이라고도 불린다. 도시와 풍부한 자연이 모두 자리하고 있어 2021년-2022년에는 남큐슈·오키나와 지역민들에게 “젊은이와 육아 세대가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8세의 도서관>은 일본 미야자키현 사이토시가 2020년부터 추진한 공식 이주·정착 지원 프로젝트의 “사이토 시작 프로젝트(西都はじめるPROJECT)”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삶, 일, 놀이를 사이토시에서 시작하는 사람을 전력으로 응원한다”는 슬로건 아래, 도시로의 이주, 창업, 취업, 농업, 육아 등 다양한 새로운 시작을 지원하는 종합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긍정적 영향으로 사이토시 이주자가 약 2배가 넘었으며 2022년에는 13년 만에 전입 초과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출처: https://turns.jp/90495)

 

그러나 지역의 작은 도시인 사이토시의 청년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이나 취업으로 대부분 지역을 떠나게 된다. 사이토시는 이를 “젊은이들이 외부 세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넓힐 기회”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책을 통해 청년을 응원하고 싶다”는 취지로 “18세의 도서관”을 기획하였다. 주요 대출자는 쓰마고등학교 2, 3학년생(2024년은 213명 참여)들이다. 18살에게 3년 후란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면 취업 준비의 시기, 취직한 상태라면 업무 관련 고민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사이토시는 그런 타이밍에 있을 이들의 어깨를 응원의 마음으로 두드려 주는, “18세가 3년 후 다시 읽었으면 하는 책” 250권을 선정하였다. 선정자는 사이토시 안팎에서 활약하는 79명의 어른(연예인, 공무원, 편집자, 요리사, 학자,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소설, 에세이, 만화, 그림책, 잡지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성했다. 각 책에는 그 책을 선택한 어른이 새로 붙인 제목이 적혀 있어 학생들은 책을 펼치지 않고도 직감적으로 책을 고를 수 있다. 또한 책에는 선정자의 메시지와 추천 구절이 적힌 책갈피도 함께 들어 있다.

 

이벤트 동안 학생들은 18일간의 국어 수업에서 각자 자신만의 책을 고르고 독후감을 쓴다. 독후감 용지의 절반에는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감상을 적고 나머지 절반은 비워둔 채 제출한다. 책에 함께 끼워져 있는 책갈피의 코멘트나 추천 문장을 읽고 독서 감상문에 지금의 기분을 쓴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상의하며 고르는 사람, 혼자서 조용히 차분히 고르는 사람, 선택하는 모습들은 각양각색이지만 막상 독후감을 쓸 때만큼은 모두 진지하게 펜을 움직인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는 3년 뒤, 대출자가 기재했던 주소에 봉투가 도착한다. 3년 전의 독후감이 봉해진 이 봉투에는 “다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 주세요”라는 제안이 담겨있다. 용지의 나머지 절반에 새롭게 독후감을 적어 다시 제출한다. 이로써 18세의 자신이 쓴 메시지를 20세의 자신이 다시 읽고, 인생의 전환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프로젝트가 완결됐다. 

책과 함께하는 안녕, 스무 살

봉투가 도착하는 일정은 그들의 “20세를 축하하는 모임”이 있기 약 한 달 전이다. 3년 뒤로 예정된 “20세를 축하하는 모임”은 책을 손에 들고 도시를 떠난 그들도, 그들의 가족과 사이토시 시민들도 모두 기다리는 날이 될 것이다. 스무 살이 된 그들이 어떤 얼굴과 표정을 띤 채 자신의 고향인 사이토시를 다시 찾을지, 책을 고른 선배들 또한 그들의 3년 뒤를 생각하며 고향을 떠난 청소년들을 기다리지 않을까?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들이 다시 고향을 생각하고 지역과의 유대를 이어가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처럼 먼 곳에 있는 잘 모르는 롤모델이 아닌,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 선배들이 추천한 책과 메시지가 이들 청소년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기도 한다.

 

“3년 후, 사이토시(西都市)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24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20세를 축하하는 모임”을 개최하는 시점은 3년 뒤인 2027년이다. 213명의 학생은 어떤 이십 대가 되었을지, 3년 전 자신이 직접 골라 대출했던 책을 들고 사이타마를 다시 찾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지, 어른이 되어가는 문턱에서 이 “18세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또한 이들이 들고 돌아올 더 크고 넓은 세계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사이토시는 진학이나 취직으로 어른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18세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 이 “사이토 시작 프로젝트”가 다른 시, 군, 부에도 널리 퍼져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사이토시는 “18세의 도서관”을 매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젊은이를 전력으로 응원하는 사이토시의 새로운 시도가 주변을 멋지게 물들여 더 많은 18세의 이야기를 듣게 되기를 기대한다.

선정된 책을 둘러보는 쓰마고등학교 학생들 ©Saito-Hajimeru Project
18세의 도서관에서 사용된 책갈피 ©Saito-Hajimeru Project

한국의 대중매체에 등장한 소년과 청년 그 사이,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청소년의 모습은 주로 극심한 수능이나 취업 준비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아이돌 데뷔를 향해 달려간다. 전자가 경쟁에 찌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 한숨을 자아내는 반면 후자의 모습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 특유의 반짝이는 열정에 박수갈채와 응원이 쏟아진다. 그러나 아직 여전히 과정 중인 10대 시절의 모습마저 이렇게 양극단으로 나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청년들의 삶과 미래에 대한 납작한 이해는 그들을 지원하는 방식의 단순화로 이어진다. 많은 국가가 저성장의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이들의 활기를 독려하기 위해 청년 수당 같은 제도로 그들을 보호하거나 문화 활동 지원금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원은 많은 청년들에게 마른하늘에 단비와 같다. 그러나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저출산 및 고령화와 저성장, 은둔형외톨이(히키코모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겪어온 일본이 청년을 응원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참고할 만한 지점이 있다. 이들의 방식에는 이제 막 어른의 길에 발을 내딛는 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선배 어른”의 모습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너의 발밑에 땅이 없을 때 내가 너의 손을 잡아줄게. 우리는, 우리는 어둠 속의 빛깔이야.” 

– ONE OK ROCK <WE ARE> 가사 중